혈액검사 신장 수치 읽는 법 — 크레아티닌·BUN·SDMA·인
검사지를 받아 들면 숫자가 빼곡합니다. 병원에서는 "신장 수치가 조금 높네요" 한마디를 듣고 나왔는데, 집에 와서 종이를 다시 펴 보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죠.
이 글은 그 종이를 혼자서도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신장과 관련된 네 가지 숫자만 알면 대부분 읽힙니다. 크레아티닌, SDMA, BUN, 그리고 인(P)입니다.
검사지에서 먼저 볼 네 가지
| 항목 | 영문 표기 | 무엇을 보는가 |
|---|---|---|
| 크레아티닌 | CRE, CREA, Creatinine | 신장이 걸러내는 노폐물 — 병기 판정의 기준 |
| SDMA | SDMA | 근육량에 덜 흔들리는 신장 지표 — 더 일찍 신호 |
| BUN | BUN, Urea | 단백질 대사 노폐물 — 탈수·식이에도 흔들림 |
| 인 | P, PHOS, Phosphorus | 남은 신장을 지키는 관리 목표 |
검사지에 이 넷이 다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DMA는 추가 항목인 경우가 많고, 인은 일반 화학검사에 대부분 포함됩니다.
1. 크레아티닌(CRE) — 기준이지만, 흔들립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만들어져 신장으로 배출되는 노폐물입니다. 신장이 덜 걸러낼수록 혈중에 쌓이므로, 국제신장학회(IRIS)의 병기 판정에서 중심 기준으로 쓰입니다.
| IRIS 참고 병기 | 크레아티닌 (mg/dL) | SDMA (μg/dL) |
|---|---|---|
| 1기 | < 1.6 | < 18 |
| 2기 | 1.6 ~ 2.8 | 18 ~ 25 |
| 3기 | 2.9 ~ 5.0 | 26 ~ 38 |
| 4기 | > 5.0 | > 38 |
왜 마른 노령묘는 실제보다 "좋게" 나올까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근육이 줄면 수치도 함께 낮아집니다. 나이가 들며 마르고 근육이 빠진 아이는, 신장 기능이 같아도 검사지 숫자가 더 낮게 나올 수 있어요.
"작년보다 크레아티닌이 안 올랐네" 하고 안심했는데 실은 근육이 빠진 것뿐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IRIS는 근육 소실이 뚜렷한 아이에게 SDMA를 함께 보라고 권합니다.
2. SDMA — 크레아티닌보다 먼저 손을 듭니다
SDMA(대칭성 디메틸아르기닌)는 비교적 최근에 검사지에 들어오기 시작한 항목입니다. 두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 근육량에 덜 흔들립니다 — 마른 아이, 노령묘에서 크레아티닌보다 믿을 만합니다
- 더 일찍 오릅니다 — 크레아티닌은 신장이 상당히 손상된 뒤에야 움직이지만, SDMA는 그보다 이른 시점부터 반응한다고 보고됩니다
그래서 크레아티닌은 정상인데 SDMA만 올라 있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건 검사 오류가 아니라 SDMA가 먼저 신호를 준 것일 수 있어요. 한 번의 상승만으로 단정하지 않고, 몇 주 뒤 다시 재서 지속되는지를 봅니다.
3. BUN — 혼자서는 아무 말도 못 합니다
BUN(요소질소)은 단백질이 분해되며 생기는 노폐물입니다. 신장이 나빠지면 오르지만, 신장과 무관한 이유로도 쉽게 흔들립니다.
- 탈수 — 혈액이 농축되면 오릅니다
- 고단백 식이 — 많이 먹으면 그만큼 노폐물이 늘어납니다
- 위장관 출혈 — 소화관의 혈액이 흡수되며 오릅니다
- 반대로, 저단백 식이나 간 기능 저하 — 오히려 낮게 나옵니다
이런 이유로 IRIS 병기 판정에는 BUN을 쓰지 않습니다. 크레아티닌·SDMA로 병기를 정하고, BUN은 옆에서 맥락을 보태는 값입니다.
BUN이 크게 올랐다면 신장 악화만 의심할 게 아니라 "요즘 물을 덜 마셨나", "사료를 바꿨나", "구토가 잦았나"를 함께 떠올리는 편이 정확합니다.
4. 인(P) — 유일하게 '목표'가 있는 숫자
앞의 셋이 상태를 알려주는 숫자라면, 인은 우리가 낮출 수 있는 숫자입니다. 인이 높으면 남아 있는 신장을 더 빨리 상하게 하기 때문에, 신부전 관리에서 가장 실천적인 목표가 됩니다.
중요한 건 목표치가 병기마다 다르다는 점입니다. 정상 범위 안에 있어도, 병기가 진행됐다면 더 낮게 관리해야 합니다.
| IRIS 병기 | 혈중 인 목표 (mg/dL) |
|---|---|
| 1 ~ 2기 | 2.7 ~ 4.5 |
| 3기 | 2.7 ~ 5.0 |
| 4기 | 2.7 ~ 6.0 |
낮을수록 좋은 것도 아닙니다. 하한(2.7) 아래로 내려가면 그것대로 문제가 되므로, 인결합제를 쓰는 중이라면 재검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인을 낮추는 순서는 ①인 제한 식이 → ②인결합제입니다. 식이로 목표에 닿지 않을 때 결합제를 더합니다. 사료 속 인의 형태(유기인 vs 무기인산염)까지 따져야 하는 이유는 무기인산염 편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5. 이 숫자들이 모여 '병기'가 됩니다
IRIS 병기는 이 수치들을 조합해 정합니다. 크레아티닌과 SDMA가 서로 다른 단계를 가리키면 더 나쁜 쪽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보수적인 접근입니다.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여 세분화합니다.
- 단백뇨(UPC) — 소변으로 단백질이 얼마나 새는가 (0.2 미만 / 0.2~0.4 / 0.4 초과)
- 혈압(수축기) — 140 미만 / 140~159 / 160~179 / 180 이상
6. 병원마다 '정상 범위'가 다른 이유
인터넷에서 본 표와 우리 병원 검사지의 정상 범위가 다른 걸 보고 당황한 적 있으실 겁니다. 어느 한쪽이 틀린 게 아니라, 참고범위는 검사실마다 다릅니다.
- 측정 방법이 다릅니다 — 같은 크레아티닌도 효소법과 야페(Jaffe)법의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 기준 집단이 다릅니다 — 각 검사실이 자체 건강 개체군으로 범위를 정합니다
- 단위가 다릅니다 — 크레아티닌을 μmol/L로 표기하는 검사실도 있습니다 (mg/dL × 88.4 ≈ μmol/L)
그래서 수치를 판단할 때는 인터넷 표가 아니라 그 검사지에 인쇄된 참고범위를 봐야 합니다. 같은 이유로, 병원을 옮기면 수치가 살짝 달라 보일 수 있어요. 추세를 볼 때는 가능하면 같은 검사실 결과끼리 비교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7. 다음 진료 때 물어볼 것
검사지를 읽었다면, 다음 방문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이 정도만 물어보셔도 충분합니다.
- "지금 몇 기로 보시나요? 크레아티닌 기준인가요, SDMA 기준인가요?"
- "인 수치가 지금 병기의 목표 안에 있나요?"
- "다음 검사에 SDMA와 UPC도 넣을 수 있을까요?"
- "혈압은 언제 재보는 게 좋을까요?"
병기별 식단 전략은 만성 신부전 스테이지별 맞춤 식단 전략에서, 요독 흡착제 선택은 포러스원 vs 크레메진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