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치료 — 몰리두스타트, AIM, 그리고 지금 어디까지 왔나
신부전 진단을 받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말들을 만나게 됩니다. "곧 신약이 나온대요", "일본에서 치료제를 개발 중이래요", "줄기세포로 고칠 수 있대요."
희망은 필요합니다. 다만 지금 쓸 수 있는 것과 아직 기다려야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면, 정작 오늘 할 수 있는 관리를 놓치게 됩니다. 이 장은 그 선을 긋기 위한 것입니다.
1. 새 치료를 볼 때 물어야 할 세 가지
어떤 소식을 듣든 이 세 가지를 확인하면 대부분 정리됩니다.
- 승인이 났는가 — 어느 나라에서, 무엇에 대해, 정식인가 조건부인가
- 근거가 어디까지인가 — 세포 실험인가, 동물 실험인가, 실제 환자 대상 연구인가
- 지금 구할 수 있는가 — 한국에 들어와 있는가, 얼마인가
셋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아직 기다리는 것"입니다. 기다리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다만 기다리는 동안의 관리를 멈추면 안 됩니다.
2. 몰리두스타트 — 지금 가장 현실적인 신약
신부전이 진행되면 빈혈이 옵니다. 신장이 적혈구를 만들라는 호르몬(EPO)을 덜 만들기 때문이에요. 빈혈이 오면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고 삶의 질이 확 떨어집니다.
지금까지는 EPO나 DPO 주사로 대응했습니다. 그런데 몰리두스타트는 접근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
| EPO · DPO 주사 | 몰리두스타트 | |
|---|---|---|
| 방식 | 호르몬을 밖에서 넣어줌 | 몸이 스스로 만들게 유도 |
| 투여 | 주사 — 병원 방문 | 먹는 약 — 집에서 |
| 항체 위험 | 있음. 외부 호르몬이라 몸이 항체를 만들면 적혈구를 아예 못 만들게 될 수 있음 | 거의 없음 — 자기 호르몬을 쓰니까 |
| 철분 | 따로 챙겨야 함 | 몸속 철분을 더 효율적으로 쓰게 도움 |
기전 — 몸을 착각하게 만듭니다
몸은 산소가 부족하면 HIF라는 물질을 만들고, HIF가 신장에 "적혈구를 더 만들어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산소가 충분하면 HIF는 곧바로 분해돼요.
몰리두스타트는 이 분해를 막습니다. 그러면 몸은 "산소가 부족하구나"라고 착각하고, 신장이 스스로 EPO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런 계열을 HIF-PH 억제제라고 부릅니다.
얼마나 듣나
고양이 대상 연구(JVIM 2026)에서 보고된 수치입니다.
| 시점 | HCT가 의미 있게 오른 비율 |
|---|---|
| 투여 28일차 | 약 50% |
| 투여 56일차 | 약 75% |
참고로 기존 DPO의 반응률은 대략 56% 선으로 보고됩니다. 숫자가 오르는 것뿐 아니라 식욕과 컨디션이 함께 좋아졌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빈혈이 풀렸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어떻게 먹이나
- 28일 동안 매일 → 7일 쉬기의 주기로 씁니다
- 먹는 약(경구 현탁액)이라 집에서 줄 수 있습니다
- 대개 HCT가 20~25% 아래로 떨어졌을 때 고려합니다. 시작 시점은 수의사가 정합니다
구토가 가장 흔합니다.
혈압 상승과 혈전 위험이 보고되므로 혈압 확인이 필수입니다. 신부전 고양이는 원래 고혈압이 흔해서 더욱 그래요.
HCT를 너무 빨리 올리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목표는 정상화가 아니라 증상이 사라지는 선입니다.
구할 수 있나
| 지역 | 상황 |
|---|---|
| 미국 | FDA 조건부 승인 — 상품명 Varenzin-CA1 |
| 유럽 | EMA 허가, 유통 중 |
| 한국 | 도입 일정은 확인이 필요합니다. 담당 수의사나 수입처에 문의하세요 |
안전성은 확인됐고, 효과는 기대할 만하다고 판단됐지만 자료를 더 모으는 중이라는 뜻입니다. 쓸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정식 승인보다 근거가 덜 쌓인 단계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원래 사람의 만성신부전 빈혈 치료제로 개발되던 약이었고, 고양이 쪽에서 먼저 허가가 났습니다.
3. 사람 약을 구해 쓰는 것에 대하여
같은 계열(HIF-PH 억제제)의 사람용 약이 있습니다. 록사두스타트, 다프로두스타트 같은 것들이에요. 그래서 "구할 수 없으면 사람 약으로"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가능한 선택이긴 하지만, 반드시 알고 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 용량이 완전히 다릅니다. 사람용 정제 한 알은 고양이에게 몇 배에서 수십 배일 수 있습니다. 쪼개서 될 일이 아니에요
- 고양이에서의 안전성 자료가 없습니다. 같은 계열이라도 약마다 대사와 부작용이 다릅니다
- 반드시 수의사와 함께 결정하고, 혈압·HCT를 정해진 주기로 확인해야 합니다
4. AIM — 기대와 현실 사이
일본에서 연구되는 AIM 단백질 이야기는 아마 가장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가설은 이렇습니다.
- 신장의 세뇨관에 노폐물 찌꺼기가 쌓이면 신장이 손상됩니다
- AIM이라는 단백질이 그 찌꺼기를 치우는 청소 신호 역할을 합니다
- 그런데 고양이는 AIM이 다른 단백질에 단단히 붙어 있어 잘 작동하지 못합니다
- 고양이가 유독 신부전에 잘 걸리는 이유가 여기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입니다
오랫동안 "가설은 흥미롭지만 아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온 주제입니다. 그런데 2026년 들어 상황이 크게 움직였습니다.
2026년 1월 — 말기 신부전 고양이에서 생존율 개선
영국 수의학 학술지 The Veterinary Journal에 결과가 실렸습니다.
| AIM 투여군 | 대조군 | |
|---|---|---|
| 대상 | 11마리 (마우스 AIM 6 · 고양이 AIM 5) | 15마리 |
| 투여 | 2주마다 2mg, 최대 12회 | — |
| 1년 생존율 | 약 82% (9마리 생존) | 20% |
| 요독증 | 발병 없음 | 12마리 사망 |
혈중 인독실황산(IS) 농도도 유의하게 떨어졌습니다. 흥미로운 건 IS가 요독 흡착제(크레메진·포러스원)가 장에서 잡으려는 바로 그 독소라는 점이에요. 접근하는 길은 다르지만 겨냥하는 표적이 겹칩니다.
그리고 대상이 말기 고양이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초기에만 의미 있는 것 아니냐"는 예상과 달랐어요.
2026년 4월 — 승인 신청
- 2월 — 판매명이 FeliAIM(펠리에임)으로 확정됐습니다(공모)
- 4월 24일 — 주식회사 IAM CAT(대표 미야자키 도루)가 농림수산성에 동물용의약품 제조판매 승인을 신청했습니다
- 6월 — 연내 승인 가능성이 보도됐고, 사람용 치료제의 조기 임상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상황이 자주 바뀌는 주제라, 최신 소식은 AIM의학연구소(iamaim.jp)와 IAM CAT(iamcat.co.jp) 공지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남은 물음도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대상이 26마리로 작습니다. 더 큰 규모에서 같은 결과가 재현되는지, 2주 간격 12회라는 투여 방식이 실제로 감당할 만한지, 비용은 얼마일지 — 이건 승인 이후에 드러날 것들이에요.
왜 고양이 신약은 일본에서 먼저 나올까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라프로스(성분명 베라프로스트)는 2017년 일본에서 고양이 만성신장질환 치료제로 승인됐고, IRIS 2~3기에서 신기능 저하 억제와 증상 개선을 적응증으로 갖고 있습니다. 하루 두 번 먹이는 알약이에요. 그런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약이라도 나라마다 허가 상황이 다르고, 고양이 신장약은 유독 일본이 앞서 있습니다. 한국에는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경우가 있으니, 새 소식을 들으면 "어느 나라 기준인가"를 먼저 확인하시면 좋습니다.
5. 줄기세포
손상된 신장 조직을 되살린다는 발상으로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소규모 연구들이 있었고, 결과는 엇갈립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수치가 조금 나아졌고, 어떤 연구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어요.
현재로서는 표준 치료가 아닙니다. 시도해 볼 수는 있지만 비용이 크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결정하셔야 합니다.
6. 신장 이식
기술적으로는 가능하고, 미국 일부 대학병원에서 시행합니다. 다만 현실적인 벽이 높습니다.
- 비용 — 수술만으로도 수천만 원 규모입니다
- 평생 면역억제제 —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계속 먹어야 하고, 그 자체로 감염 위험이 있습니다
- 공여묘 문제 — 다른 고양이의 신장이 필요합니다. 많은 병원이 공여묘를 입양하는 조건을 답니다
- 적합한 상태여야 — 심장병이나 감염, 종양이 있으면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선택지가 아닙니다. 알아두시되, 대부분의 경우 현실적인 길은 아니라고 보시는 편이 맞습니다.
7. 그래서 오늘 무엇을 할까
신약 소식을 챙기는 일은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몰리두스타트처럼 판을 바꾸는 약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다만 순서는 이렇게 잡으시면 좋겠습니다.
| 지금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 지켜볼 것 |
|---|---|
|
인 조절 (식이 + 인결합제) 혈압 관리 단백뇨 관리 수분 유지 산증·전해질 교정 충분한 단백질과 체중 유지 |
몰리두스타트 — 빈혈이 있다면 지금 상의해 볼 만함 AIM / FeliAIM (일본 승인 심사 중) 줄기세포 이식 |
8. 병원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 "우리 아이 HCT가 지금 몇인가요? 빈혈 치료를 시작할 단계인가요?"
- "몰리두스타트를 국내에서 구할 수 있나요? 어렵다면 대안은 무엇인가요?"
- "쓴다면 혈압은 얼마나 자주 확인해야 할까요?"
- "DPO와 비교하면 우리 아이에게는 어느 쪽이 나을까요?"
9. 함께 보면 좋은 것
- 칼륨 — 높아도, 낮아도 문제입니다
- 혈액검사 신장 수치 읽는 법 — HCT를 읽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