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 삶의 질을 재는 법, 결정하는 법, 그 후

작별 — 삶의 질을 재는 법, 결정하는 법, 그 후

이 장이 왜 책 앞쪽에 있는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신부전은 늦게 발견되는 병입니다. 고양이는 신장의 3분의 2가 망가진 뒤에야 혈액검사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얼마 없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작별을 맨 뒤에 두면, 그분들에게는 영원히 열리지 않는 장이 됩니다. 그래서 앞에 두었습니다.

지금 당장 이 장이 필요하지 않으시다면, 넘어가셔도 됩니다. 다만 언젠가 여기로 돌아오실 때, 처음 읽는 글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1. 삶의 질을 숫자로 재는 법

"아직 괜찮은 걸까, 이미 힘든 걸까." 이 질문은 감정으로만 답하기 어렵습니다. 매일 보는 사람일수록 변화를 못 느끼기 때문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늘 비슷해 보이니까요.

그래서 수의종양학자 Alice Villalobos가 만든 HHHHHMM 척도를 씁니다. 7개 항목을 각각 1~10점으로 매깁니다.

항목무엇을 보나
Hurt · 통증통증이 조절되고 있나. 숨쉬기가 편한가
Hunger · 식사스스로 충분히 먹나. 강제급여가 필요한가
Hydration · 수분탈수가 없나. 피하수액으로 유지되나
Hygiene · 청결그루밍을 하나. 몸이 깨끗하게 유지되나. 욕창이 없나
Happiness · 즐거움반응하나. 사람을 찾나. 좋아하던 자리에 가나
Mobility · 거동스스로 화장실에 가나. 일어설 수 있나
More good days · 좋은 날좋은 날이 나쁜 날보다 많은가
📊
해석
각 항목이 5점 이상이고 총점이 35점을 넘으면, 삶의 질이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고 돌봄을 계속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총점이 35 아래로 내려가거나, 어느 한 항목이 계속 3점 이하라면 수의사와 이야기할 때입니다.

중요한 건 점수가 아니라 기울기입니다

이 척도의 진짜 쓸모는 같은 기준으로 반복해서 재는 것에 있습니다.

  • 주 1회,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매기세요
  • 날짜와 점수만 적으면 됩니다. 메모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 4주쯤 쌓이면 선이 보입니다. 평평한지, 천천히 내려가는지, 갑자기 꺾였는지

"오늘 38점"보다 "3주 전 41점 → 오늘 33점"이 훨씬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기억은 좋았던 날을 과대평가합니다. 기록은 그러지 않습니다.

2. 고양이는 아픈 걸 숨깁니다

고양이는 야생에서 약함을 드러내면 위험해지는 동물이었습니다. 그 본능이 남아 있어서, 많이 아파도 겉으로는 조용히 웅크리고 있을 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울지 않으니까 안 아픈가 보다"는 거의 항상 틀립니다.

표정으로 읽는 법 — Feline Grimace Scale

2019년 몬트리올대학교에서 개발·검증한 도구입니다. 얼굴 다섯 부위를 각각 0·1·2점으로 매깁니다.

부위편안할 때아플 때
앞을 향해 서 있음바깥쪽으로 벌어지고 납작해짐
동그랗게 열림가늘게 찡그림
주둥이둥글고 이완타원형으로 긴장
수염자연스럽게 아래로앞으로 뻣뻣하게 곧음
머리어깨보다 위어깨선 아래로 떨어짐

합계 10점 만점 중 4점 이상이면 진통이 필요한 수준으로 봅니다. 검증 연구에서 다른 통증 평가 도구와 상관계수 0.86, 평가자 간 신뢰도 0.89로 매우 높게 나왔습니다.

⚠️
한계를 반드시 알고 쓰세요. FGS는 급성 통증용으로만 검증되었습니다. 신부전처럼 만성으로 서서히 진행하는 통증에는 신뢰할 수 없습니다. 만성 통증은 표정이 아니라 행동 변화로 봐야 합니다 — 높은 곳에 안 올라감, 그루밍을 안 함, 숨는 자리가 바뀜, 웅크린 자세로 오래 있음.

신부전 고양이가 아픈 이유들

  • 요독성 구내염·위염 — 입이 헐고 속이 쓰립니다. 밥 앞에 갔다가 그냥 돌아서는 건 배가 안 고픈 게 아니라 아파서일 수 있습니다
  • 구역감 — 통증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가장 크게 깎습니다. 조절 가능한 증상입니다
  • 관절염 — 신부전 나이대의 고양이 상당수가 같이 갖고 있습니다. 거동 점수를 떨어뜨리는 진짜 원인이 관절인 경우가 있습니다
  • 탈수로 인한 전반적 불쾌감

이 중 구역감과 관절 통증은 잘 조절됩니다. "신부전이라 어쩔 수 없다"고 넘기지 마시고, 하나씩 짚어달라고 요청하세요. 삶의 질 점수가 몇 점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완화 돌봄으로 할 수 있는 것

"더 이상 해줄 게 없다"는 말과 "치료로 병을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은 다릅니다. 병을 못 고쳐도 편하게 해주는 일은 끝까지 남아 있습니다.

문제할 수 있는 것
구역감·구토항구토제(마로피턴트 등), 위산 억제제
식욕 부진식욕촉진제(미르타자핀 등). 후반부에는 인 제한보다 먹는 것이 우선
탈수피하수액. 다만 심장 상태와 균형을 봐야 합니다
통증수의사가 신장 부담을 고려해 선택. 사람 진통제는 절대 금물
빈혈몰리두스타트·다르베포에틴. 기운과 식욕이 같이 올라옵니다
추위말기에는 체온 유지가 어려워집니다. 따뜻한 자리를 만들어주세요
🚨
사람 진통제는 고양이에게 치명적입니다.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은 소량으로도 죽을 수 있고, 이부프로펜·아스피린도 신장을 직접 망가뜨립니다. 반드시 수의사가 처방한 것만 쓰세요.

집을 바꿔주는 것도 돌봄입니다

  • 화장실을 가까이, 턱을 낮게. 화장실까지 가는 게 힘들어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을러진 게 아닙니다
  • 물그릇을 여러 곳에. 이동 거리를 줄여주세요
  • 밥그릇을 조금 높여주세요. 고개를 숙이는 게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 계단·발판. 좋아하던 창가 자리를 포기하지 않게

4. 몸이 보내는 마지막 신호들

이건 겁을 주려는 목록이 아닙니다. 미리 알면 당황하지 않고, 당황하지 않으면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어서 적습니다.

📋
수의사와 즉시 상의해야 할 상태
48시간 이상 아무것도 먹지 않음
물도 마시지 않고, 수액으로도 탈수가 회복되지 않음
계속되는 구토로 아무것도 유지되지 않음
숨을 힘들게 쉼 — 입을 벌리고 쉬거나, 배까지 들썩임
일어서지 못하거나 계속 쓰러짐
발작
저체온 — 만졌을 때 발과 귀가 차고 회복되지 않음
숨어서 나오지 않고 불러도 반응이 없음

특히 호흡곤란은 응급입니다. 신부전 자체보다 폐수종이나 심장 문제일 수 있고, 그건 처치가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밤중이라도 응급 병원으로 가세요.

5. 결정하는 법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다만 결정을 조금 덜 외롭게 만드는 기준들은 있습니다.

기준 1 — 좋은 날과 나쁜 날의 비율

HHHHHMM의 마지막 M입니다. 나쁜 날이 좋은 날보다 많아지고, 그 상태가 되돌아오지 않을 때. 이게 가장 널리 쓰이는 기준입니다.

기준 2 — 지금 하고 있는 돌봄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가장 아픈 질문이지만 가장 정직한 질문입니다. 강제급여, 매일의 수액, 약. 이것들이 아이를 편하게 하고 있나요, 아니면 이별을 미루고 있나요.

둘 다인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에는 계속하시면 됩니다. 다만 후자만 남았다는 게 스스로 느껴질 때가 옵니다.

기준 3 — "하루 더"가 아이에게도 하루 더인가

사람에게 하루는 하루입니다. 심하게 아픈 고양이에게 하루는 훨씬 깁니다.

🐱
많은 보호자가 "조금 이른 게 많이 늦은 것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후회는 대개 "너무 빨랐다"가 아니라 "마지막 며칠을 힘들게 했다" 쪽에서 옵니다. 이건 지침이 아니라, 먼저 겪은 분들이 남긴 말입니다.

혼자 결정하지 마세요

  • 수의사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선생님 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많은 수의사가 이 질문을 기다립니다. 먼저 말 꺼내기 어려워서 안 할 뿐입니다
  • 가족과 미리 이야기하세요. 급하게 결정하면 남은 사람들 사이에 상처가 남습니다
  • 미리 정해두세요. "이러이러한 상태가 되면 보내주자"고 덜 힘들 때 정해두면, 그날 판단력이 흐려져도 아이를 지킬 수 있습니다

6. 그날은 어떻게 진행되나

모르면 더 무섭습니다. 알고 가면 아이 옆에 있어줄 여유가 생깁니다.

  1. 진정제를 먼저 놓습니다. 대개 피하나 근육주사로, 아이가 편안히 잠듭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의식이 없어집니다
  2. 잠든 뒤에 주사를 놓습니다. 마취제를 아주 높은 농도로 쓰는 것이고, 대개 정맥으로 들어갑니다
  3. 몇 초에서 몇십 초 안에 심장이 멈춥니다. 잠든 상태에서 진행되므로 아프지 않습니다
💬
미리 알아두면 놀라지 않을 것들 — 다음은 모두 정상 반응이며, 고통이 아닙니다.
눈을 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에 깊은 숨을 한두 번 몰아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근육이 잠깐 떨리거나 움찔할 수 있습니다
대소변이 나올 수 있습니다

미리 정해두면 좋은 것들

  • 끝까지 옆에 있을지 —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못 본다고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 집에서 할지 병원에서 할지 — 왕진이 가능한 병원이 있습니다. 집이 익숙해서 아이가 덜 무서워합니다. 미리 알아보세요
  • 그 후 — 화장 방식, 유골을 받을지 — 그날 결정하려면 힘듭니다. 미리 알아두세요
  • 운전할 사람 — 돌아오는 길은 운전하기 어렵습니다
  • 털 한 줌, 발도장 — 원하시면 미리 병원에 부탁해두세요

7. 그 후

죄책감에 대해

거의 모든 보호자가 겪습니다. "더 일찍 발견했다면", "그때 그 검사를 했다면", "너무 빨랐던 건 아닐까", "너무 늦었던 건 아닐까."

한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계신 분은, 할 수 있는 걸 하신 분입니다. 신부전은 발견 시점에 이미 신장의 3분의 2 이상이 사라진 병이고, 그건 어떤 보호자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남은 고양이가 있다면

  • 남은 아이가 찾아다니거나, 울거나, 안 먹을 수 있습니다. 정상입니다
  • 가능하면 마지막 모습을 보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 일과를 유지해주세요. 밥 시간, 놀이 시간이 그대로면 회복이 빠릅니다
  • 2주 이상 안 먹거나 상태가 나쁘면 병원에 가세요. 스트레스로 지방간이 올 수 있습니다

애도에는 시간표가 없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 가지고"라는 말을 듣더라도 신경 쓰지 마세요. 매일 밥을 주고 약을 먹이고 수액을 놓던 관계입니다. 그 상실은 작지 않습니다.

8. 병원에 이렇게 물어보세요

  • "지금 아파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진통을 시도해볼 수 있나요?"
  • "구역감을 줄이는 약을 써볼 수 있을까요?"
  • "지금 하는 치료 중에 아이를 힘들게만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삶의 질 점수를 매겨봤는데 3주 만에 41점에서 33점이 됐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 "선생님 아이라면 지금 어떻게 하시겠어요?"
  • "왕진 안락사가 가능한가요? 안 되면 어디를 알아볼까요?"

9. 함께 보면 좋은 것

🕯️
이 장을 필요해서 읽고 계신다면 — 오래 애쓰셨습니다.
좋은 보호자였는지 스스로 의심하고 계신다면, 그 의심 자체가 답입니다. 안 그런 사람은 의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