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메진은 크레아티닌을 낮추는 약일까요?
크레메진은 크레를 낮추는 약일까요?
크레메진의 기전에 대해서는 지난번 글에 설명드렸습니다.
쉽게 말하면 크레메진은 IS(인독실황산염)을 비롯한 다양한 요독소 전구체를 장내에서 흡착하여, 혈액으로 흡수되는 것을 줄여주는 보조제입니다.
그런데 많은 보호자들은 크레메진이나 레나메진이 "크레아티닌(CRE)을 낮춘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인식이 생겼을까요?
크레아티닌은 근육이 에너지를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노폐물입니다.
혈액 속 크레아티닌 수치는 신장이 얼마나 잘 걸러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크레아티닌 자체는 독성이 매우 낮아, 실제로 몸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즉, 크레아티닌은 독성 물질이라기보다 신장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에 가깝습니다.
크레메진이 크레아티닌을 낮춘다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요?
1️⃣ 우연의 일치와 인터넷 후기
크레아티닌은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 탈수
- 신장 혈류량
- 근육량
- 염증
- 영양 상태
예를 들어 탈수가 심한 상태에서 크레메진을 시작했고, 동시에 수분 섭취가 늘거나 상태가 회복되었다면 크레아티닌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이때 보호자는 자연스럽게 이렇게 생각합니다.
"크레메진 먹였더니 크레가 떨어졌다!"
이 경험들이 후기처럼 쌓이며 오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2️⃣ BUN과 CRE에 대한 오해
보호자들은 종종 이렇게 생각합니다.
BUN도 높고 CRE도 높다 = 둘 다 독소다
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CRE는 거의 지표(marker)에 가깝습니다.
BUN은 지표이면서, 고농도에서는 일부 오심·식욕부진·위장 자극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즉 둘 다 "높다 = 나쁘다"는 맞지만, 몸을 망가뜨리는 방식은 다릅니다.
그래서 "흡착제 = BUN/CRE 제거"로 단순 연결하면 오해가 생깁니다.
---3️⃣ IS와 CRE가 같이 움직이는 경우
IS(인독실황산염)은 CKD 진행에 중요한 독성 요독소입니다.
IS가 높아지면:
- 염증 증가
- 산화 스트레스 증가
- 섬유화 진행
이로 인해 신장의 여과 기능(GFR)이 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크레아티닌이 같이 올라갑니다.
즉:
IS 상승 → 신장 손상 진행 → GFR 감소 → CRE 상승
이건 직접적인 인과가 아니라 "같이 움직이는 관계"입니다.
이 때문에 보호자는 크레메진이 크레를 직접 낮췄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4️⃣ 장기적으로는 "크레 보호"처럼 보일 수 있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크레메진은 크레아티닌 자체를 제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IS 같은 요독소를 줄이면 신장 내 염증과 손상 진행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오늘 당장 크레 5.0을 4.0으로 만드는 약은 아닙니다.
대신 몇 달~몇 년 단위로 보면:
"원래 더 빨리 올랐을 크레가 천천히 오르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5️⃣ 일본 마케팅 자료의 영향
일본에서는 크레메진이 오래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블로그, 약국 자료, 후기 등에서 "CRE 개선"이라는 표현이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표현은 대부분 장기적인 진행 속도 완화나 기능적 회복과 섞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IS, pCS 같은 단백질 결합 요독소의 전구체를 장내에서 흡착해 체내 유입을 줄이는 보조제입니다.
따라서 크레메진 복용 후:
- 크레가 유지되는 경우
- 소폭 내려가는 경우
- 소폭 올라가는 경우
모두 있을 수 있습니다.
셋 다 실패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크레아티닌은 왜 떨어질까요?
많은 보호자들이 이런 경험을 합니다.
원래 크레 2점대였던 아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크레 6.0.
입원하고 수액 맞고 약 쓰고 나니 다시 3.0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럼 "크레는 떨어질 수 있는 거잖아?"라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크레아티닌은 신장의 구조 손상 자체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라, 현재의 여과 상태(GFR)를 보여주는 숫자라는 점입니다.
---1️⃣ 입원 후 크레아티닌 하락
CKD 고양이가 갑자기 크레가 급등하는 경우:
보통 CKD 위에 AKI(급성 악화)가 겹친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 원인:
- 탈수
- 전해질 불균형
- 염증
- 통증
- 식욕부진
- 혈류 감소
이런 기능적 문제들이 GFR을 급격히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크레가 갑자기 크게 뜁니다.
입원 후:
- 수액
- 항구토제
- 통증 조절
- 전해질 교정
이걸 하면 기능이 회복되면서 GFR이 올라갑니다.
그래서 크레가 다시 내려갑니다.
이건 구조적 회복이 아니라 기능적 회복입니다.
---이미 기능적으로 회복 가능한 부분이 끝난 상태라면, 과도한 수액은 폐부종, 체액 과다, 심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초기 진단 후 크레아티닌 하락
처음 진단 후 크레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보호자가 여러 개를 동시에 바꾸기 때문입니다.
- 레날 식단 시작
- 수분 섭취 증가
- 탈수 교정
- 인 조절
- 혈압 관리
- 단백뇨 관리
즉:
신장이 재생된 것이 아니라, 겹쳐 있던 악화 요인들이 정리되면서 기능이 좋아진 것입니다.
CKD는 기본적으로 진행성 질환입니다.
중요한 것은:
"크레가 오르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천천히 오르는가?"
입니다.